가정에서 발생하는 폐의약품은 ‘생활계 유해 폐기물’로 분류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약국․보건소 등을 통해 수거한 후 소각 처리해야 한다.
생활폐기물 중에서 질병을 유발하거나 주변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폐농약, 폐형광등, 수은함유폐기물, 폐의약품 등이 해당한다.
폐의약품 수거·처리 등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환경오염이나 약화사고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, 실제로 국내 지표수에서 의약품 성분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.
지표수의 의약물질(25종) 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, Acetaminophen(진통제), Ibuprofen(소염진통제), Diphenhydramine(항히스타민제), Clarithromycin(항생제), Metformin(당뇨치료제) 등 15종의 의약물질이 검출된다. (국립환경과학원, 2016)
이에 한국소비자원(원장 이희숙)이 서울·경기 내 12개 기초자치단체(구·시)에 있는 약국 120개소 및 보건소 12개소의 폐의약품 수거 실태를 조사한 결과, 폐의약품 수거함 비치·수거안내문 게시·폐의약품 처리방법에 대해 복약지도 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.
「생활계 유해 폐기물 관리지침」에서는 가정에서 폐의약품을 약국·보건소 등에 무상배출할 수 있도록 하고, 약국․보건소 등은 수거 장소에 안내문을 게시하고 폐의약품 수거함을 눈에 잘 띄고 접근이 쉬운 곳에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.
약국 120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,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약국은 110개소(91.7%)로 비교적 많았으나, 수거함을 비치한 곳은 17개소(14.2%), 수거안내문 게시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6개소(5.0%)에 불과했다.
보건소도 12개소 중 11개소(91.7%)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했지만, 4개소(33.3%)만 수거함을 비치하고 있었고 수거안내문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1개소(8.3%)에 불과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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↑약국 내 폐의약품 수거함 비치 및 수거안내문 부착 사례 △폐의약품 수거함 비치 사례 △폐의약품 수거안내문 부착 사례 △약국 내 눈에 잘 띄는 곳 △약국 내 찾기 힘든 곳△출입문에 부착 △수거함 주변에 부착
↑약국 내 비교적 찾기 쉬운 곳 △약국 외부 △벽에 부착
폐의약품 수거함·수거안내문은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여 폐의약품 수거율을 향상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서 이를 규격화한 후 약국․보건소에 제작․보급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.
프랑스·미국·벨기에 등의 국가들은 폐·의약품 처리에 관한 법령 및 기준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에서 관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017년 지자체로 관리업무가 이관됐다. 따라서 지자체가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「불용의약품 등의 관리에 관한 조례」의 제정이 선행돼야 하나, 현재 228개 지자체 중 83개(36.4%)만이 조례를 제정한 상태다.
이번 조사결과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와 제정되어 있지 않은 지자체 간에 수거 참여 여부·수거함 설치·수거안내문 게시 등에 큰 차이가 없었는데, 이는 대다수 조례에 수거 주기나 운반·처리 주체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수거함 설치·수거안내문 게시·약사 복약지도 등에 관한 세부사항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. 따라서 표준 조례안 마련 및 조례 내용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평가·관리방안의 보완이 필요하다.
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, 미복용 의약품을 ‘쓰레기통·하수구·변기에 처리(55.2%)’한 비율이 ‘약국․보건소에 반환(8.0%)’한 비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폐의약품 처리에 관한 소비자 인식의 강화도 시급하다.
또한, 이번 조사결과, 일반의약품 판매 시 약사가 폐의약품 처리방법에 대해 복약지도를 하는 약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도 필요하다.
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소관 부처(환경부․보건복지부) 및 각 지방자치단체에 △폐의약품 수거함·수거안내문 제작 및 배포·비치, △불용의약품 등의 관리에 관한 조례 표준안 마련 및 수거·처리 이행에 대한 평가·관리 보완, △폐의약품 수거 교육․홍보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.
아울러 소비자에게는 가정 내에 보유하고 있는 폐의약품은 환경오염·약화사고 방지를 위해 가까운 약국․보건소를 통해 배출해 달라고 당부했다. 강경남 기자